승리의 배달부, Lead-out Man, 도움선수(Domestique)와 리더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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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레이스는 일반적으로 다수의 선수로 구성된 팀 경쟁입니다. 때문에 아무리 강한 스타급 선수라도 혼자의 힘으로 우승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그래서 팀은 에이스를 뽑고 그를 우승시켜 팀의 승리를 만듭니다. 세계적인 Tour 경기들(뚜르드 프랑스, 부엘타 에스파냐 등)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는 모두 세계 최정상급 사이클리스트들입니다. 그들 중에는 국가챔피언 또는 세계챔피언도 있고, 각 부문의 크고 작은 경기에서 우승을 휠쓸었던 선수들이죠.(국가챔피언들은 자국의 국기가 그려진 져지를 입을 수 있으며, 세계챔피언은 무지개 문양의 져지를 입음)

자신의 실력만큼이나 자부심도 대단한 선수들이지만 오직 리더(에이스)를 위해 달리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바로 도움선수(Domestique), 리드아웃맨(Lead-out Man)입니다.

가장 먼저 팀의 승리를 확신하는 선수

가장 먼저 팀의 승리를 확신하는 선수

자전거의 특징 중 하나는 함께 달리더라도 선두에서 공기저항을 줄여 후미의 에너지를 아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서, 후미는 30%정도의 힘을 아낄 수 있죠. 산악지형에서는 속도가 줄어듬에 따라 이 효과가 좀 감소하지만 페이스 메이커 역활을 해줄 수 있습니다. (참고 : 그룹 라이딩에서 공기저항을 줄이는 드레프팅(Drafting))

스테이지에서 우승한 선수는 가장 먼저 그날 자신을 도와준 팀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스테이지에서 우승한 선수는 가장 먼저 그날 자신을 도와준 팀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로드레이스, 리더의 결정

동호회 라이딩 모임에 나가도 선두는 기피하는 자리입니다. 특별히 이런 이론이 없어도 선두가 더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상대적으로 실력이 좋은 라이더가 선두를 서기도 하지만 경기에서는 다를 것입니다. 팀에서 해당 경기에서 가장 우승확률이 높은 선수를 후미에 두고 보호하며 에너지를 아껴서 결정적인 순간을 대비합니다. 여기서 가장 강한 선수가 아니라 가장 우승확률이 높은 선수라고 표현한 것은 선수마다 각 코스마다 강약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산악지형이 많고 결승구간이 오르막이라면 클라이머 타입의 선수가 우승확률이 높을 것이고 평지구간에서 승리가 결정될 것 같다면 스프린터 타입의 선수에게 리더(에이스)를 맡기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전략일 것입니다. (참고 : 자전거계의 스프린터(Sprinter)와 클라이머(Climber))

또는 노리는 승리의 종류에 따라 리더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2013년, TDF에서 마크 카벤디쉬가 있는 오메가-팔마-퀵스텝(Omega Pharma-Quick Step)팀은 최강의 스프린터를 가진 만큼 평지스테이지에서 승부를 걸어 그린져지를 획득하는데 주력했습니다. 같은 이유로 신예 스프린터 마르셸 키텔(Marcel Kittel)을 가진 아르고-시마노(Argos-Shimano)팀, 고릴라 스프린터 안드레 그레이펠(André Greipel)의 로또-벨리솔(Lotto-Belisol)팀도 스프린터를 리더로 세웠죠. 이 팀들은 종합우승인 옐로우져지가 목적이 아니었죠.

(참고 : 위대한 자전거경기 뚜르드 프랑스(TDF:Tour de France))

무서운 신예, 마르셸 키텔(Marcel Kittel)
2013년 TDF에서 4회의 스테이지 우승,
카벤디쉬의 텃밭인 스테이지 21, 파리에서 처음으로 그를 꺾은 스프린터이다.

그럼 목적과 가장 화려한 카드인 리더를 결정했다면 그 리더를 승리시킬 팀원들도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아르고-시마노팀에서 스프린터인 키텔을 우승시키려면 대략 이런 전략을 사용했을 것입니다. 프로사이클링팀은 총 30명의 팀원을 보유하고 TDF같은 팀 경기에서 한 팀당 내보낼 수 있는 선수는 9명입니다. 결승점에서 스프린터를 발사시키려면 되도록 우수한 스프린터들로 구성하는 것이 좋겠군요. 그리고 산악에서 끌어줄 올라운더들도 몇 명 넣는 것이 좋겠습니다.(최후에 스프린터로도 써야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한 클라이머 타입보다 올라운더로)

그리고 라드아웃 트레인(스프린트 트레인)이라고 불리는 추진연습도 시킵니다.

한명의 리더를 위해, 그리고 승리를 위해.

아래는 아르고-시마노팀의 연습 영상입니다.

승리를 하는 리더, 승리를 만드는 어시스트

선택과 집중이 없다면 어떤 승리도 거두기 어려운 프로의 세계에서 도움선수들은 리더를 위해, 그리고 팀을 위해 때로는 완전히 퍼져서 기권을 각오하고 팀을 끌기도 하고 보급품을 나르고 자신의 휠을 양보하기도 합니다.

"우리팀말고는 다 떨군다"라는 각오로 달리는 Team SKY의 트레인

“우리팀말고는 다 떨군다”라는 각오로 달리는 Team SKY의 트레인

BMC리더, 카델 에반스의 펑크로 휠을 양보하는 팀원

BMC리더, 카델 에반스의 펑크로 휠을 양보하는 팀원

동료들을 위해 물통 배달을 하는 마크횽

물통을 나르고 있는 스프린터, 마크 카벤디쉬
스프린트구간이 없을 때는 최고의 스프린터도 도움선수 역할을 한다.

리더의 결정은 전략이라는 것을 고려하기 때문에 도움선수를 하고 있다고 해서 약한 선수는 아닙니다. 최고의 스프린터로 불리는 마크 카벤디쉬도 스프린트 구간이 없을 때는 도움선수로서 역할을 해야하죠. 2012년 TDF의 우승자인 Team SKY의 리더, 브래들리 위긴스(Bradley Wiggins)는 당시 도움선수였던 크리스 프룸(Chris Froome)보다 산악지형에서 약한 나머지 질질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결국 2012년 TDF, 스테이지 7에서는 위긴스가 지쳐서 BMC팀의 카델 에반스에게 패배할 위기가 찾아오자 크리스 프룸이 위긴스를 두고 우승하기도 합니다.(다른 팀이 승리하는 것보다 낫기 때문에)

옐로우져지를 입은 위긴스를 독려하는 도움선수, 프룸

옐로우져지를 입은 위긴스를 독려하는 도움선수, 프룸

The final four; Chris Froome, Cadel Evans, Vincenzo Nibali, and Bradley Wiggins making to the finish line in La Planche Des Belles Filles. Evans attacked inside the final kilometer but this prompted Froome to chase him down and overtake him to the finish.

다른 팀이 이기느니 차라리 내가! 앞으로 나가는 크리스 프룸

This wasn't Sagan's preferred terrain, but he still managed to steal the show

산악따윈 관심없어. 놀면서 들어오는 스프린트 우승자(그린져지), 피터 사간

이 후, 크리스 프룸은 2013년 TDF에서 리더가 되고 종합우승을 합니다. 2012년에 위긴스가 리더였던 이유는 산악에서 벌어지더라도 프룸보다 타임 트라이얼(개인 독주) 능력이 더 뛰어났기 때문에 종합우승에 더 가까운 선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2013년 프룸의 메인도움선수는 리치 포트(Richie Porte)였는데 올라운더로 이전에는 알베르토 콘타도르(Alberto Contador)의 도움선수였습니다. 2013년에 리치 포트는 도움선수로서 굉장히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좀 더 기량을 키워 어시스트가 아니라 리더로 출전하면 좋겠네요.

우리 리더 참 잘했어요. 토닥토닥. 프룸을 격려하는 리치 포트

우리 리더 참 잘했어요. 토닥토닥. 프룸을 격려하는 리치 포트

 

여담으로 선수타입 중에 빠르고 지구력이 좋은 Rouleur라는 타입이 있다는데 이런 타입들이 도움선수로서 능력이 좋다고 합니다. 스프린트, 클라이밍, 또는 타임 트라이얼 전문가처럼 특출나게 어느 구간에서 빠른 것은 아니지만 같은 페이스로 오랫동안 갈 수 있는 타입이죠. 예를 들어 얀스 보이트같은 사이클리스트입니다.(참고 : The Cyclists|얀스 보이트(Jens Voigt) Shut up! Legs!)

"내가 끌었는데 질리 없어!" 승리를 확신하는 리드아웃맨!

“내가 끌었는데 질리 없어!”
승리를 확신하는 리드아웃맨!

 

최고가 되고자 하는 열망은 모두가 갖고 있지만 욕심보다 승리를 만드는 킹메이커, 도움선수들(Domestique:도메스티크_프랑스어).

어쩌면 가장 냉정한 승부사들이 아닐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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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자전거 올림픽 금메달과 세계 최대 로드대회인 'Tour de France'에 한국팀이 달리길 희망하며 그 시간을 한 시간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매일 노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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