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계의 스프린터(Sprinter)와 클라이머(Cli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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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거리 주자인 우사인 볼트가 마라톤을 뛰면 과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요?

아마 왠만한 마라토너정도 뛰는 것이 가능할지 몰라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반대로 마라토너에게 단거리 경주를 하게 한다면 마찬가지겠지요. 얼핏보면 달리기라는 같은 스포츠라도 경기방식이나 코스에 따라 해당 선수들은 상당히 다른 특성을 보입니다. 그리고 특히 팀스포츠라면 각 선수가 모든 능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각 선수들의 이런 특장점을 살려서 승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자전거도 마찬가지겠지요. 각 코스나 스테이지에 따라 그에 적합한 선수의 특성이 있고, 특히 로드레이스의 경우 팀스포츠이기 때문에 팀원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기를 이용해 팀의 승리에 기여합니다.
자전거계에도 여러가지 포지션이 존재하지만 주행특성에 따라 크게 스프린터(Sprinter)와 클라이머(Climber)로 선수를 분류하기도 합니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자, 산악의 왕, 클라이머(Climber)

가장 앞에 있는 자, 평지의 왕, 스프린터(Sprinter)

이런 선수들의 특성은 여러가지 스테이지에서 경기를 하는 뚜르드 프랑스(Tour de France)나 지로 디 이탈리아(Giro d’italia) 같은 Tour경기에서 더 극명하게 나뉘고 각 특성에 따라 시상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뚜르드 프랑스에서는 최고의 클라이머에게는 산악왕이라고 불리는 폴카닷져지를, 최고의 스프린터에게는 그린져지가 수여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분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면 좋습니다.

(위대한 자전거경기 뚜르드 프랑스(TDF:Tour de France))

산악굇수의 폴카닷져지

산악굇수의 폴카닷져지

평지굇수의 그린져지

평지굇수의 그린져지

이런 타입을 나누는 이유는 각 타입의 장점을 살려서 전략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악과 평지구간이 혼합된 코스에서 클라이머와 스프린터 타입의 선수 경기를 한다면 클라이머는 산악에서 스프린터는 평지에서 승부를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죠. 이런 타입은 어떻게 나누는 것인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국내에서는 별다른 자료를 찾을 수가 없어서 해외 자전거포럼을 통해 조사하는 동안 무게대비 파워, 체중(BMI), 근육의 타입(속근과 지근의 비율), 페활량(VO2max:최대산소섭취량) 등 많은 방법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어떤 현상을 분석하는 것은 멋진 일이지만 이런 방법으로 타입을 나누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도 많았고, 실제로 이런 것으로 설명되지 않는 선수들도 많았습니다. 대신 더 확실한 방법은 경기의 결과를 보는 것입니다.

산악스테이지에서 결과가 좋으면 클라이머, 평지스테이지에서 결과가 좋으면 스프린터라는 것입니다.(정말 명확합니다.)

이쯤되면 “나는 어떤 타입이지?”라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겠네요. 선수가 아니고서야 이런 타입이 중요하진 않겠지만 한번 재미로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속도의 제왕, 스프린터(Sprinter)

라이딩하실 때, 평지가 편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스프린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업힐보다 평지가 편한 것이 정상입니다. 업힐을 굉장히 잘 하시는 분들도 업힐은 힘들다고 하니까요. 스프린터는 약 200m의 거리를 엄청난 속도로 가속할 수 있는 타입을 말합니다.(일반적으로 프로경기에서도 이 200m 스프린트에서 승자가 결정되기 때문에)

Mark Cavendish

스프린트 미사일, 마크 카벤디쉬(Mark Cavendish)
특별히 말이 필요없는 스프린터의 전설.
2013년 그는 100승을 이루었다.

Andre Greipel

스프린트 고릴라, 안드레 그라이펠(Andre Greipel)
마크 카벤디쉬의 도움선수였지만 더 큰 꿈을 위해 팀을 이적
현재는 카벤디쉬를 위협하는 무서운 스프린터

Tour de France 2012: Peter Sagan wins stage three as Bradley Wiggins maintains second place overall

스프린트 터미네이터, 피터 사간(Peter Sagan)
수많은 사이클리스트들이 주목하는 만능형 스프린터
어린시절, 누나의 바구니 자전거를 빌려타고 대회우승했던 일화가 유명

리드아웃맨 또는 발사대라고 불리는 도움선수들이 결승점 앞까지 끌어주긴 하지만 본격적인 스프린트 구간(결승점 앞 100~500m 정도)에서 스프린터의 가속은 75~80km/h정도로 200km에 가까운 거리를 타고 온 사람이라곤 상상할 수도 없는 스피드를 냅니다.

때문에 순발력계 근육인 속근이 뛰어나고 이런 폭발력만큼이나 성격도 공격적입니다. 영화, 체이싱 레젼드(Chasing Legend, 2010)에서는 스프린터의 마음가짐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죠.

“You don’t get in ring saying that I’m gonna do my best day. You gonna get in saying I wanna win! I wanna kill This guy!”

링에 오를 때 ‘오늘은 최선을 다해야지’하면 안됩니다. ‘난 이길거야, 이 자식을 죽여버리겠어’라고 다짐해야합니다.

자신의 최고가속도가 엄청나다면 스프린터 타입라고 생각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런 속도를 순간적으로 내야하므로 스프린터들은 지구력계 근육보단 순발력계 근육이 더 발달되어있고 근육이 큰편이라 중량도 더 나가게 되죠. 덕분에 이들은 관성을 이용한 평지지형의 주행은 빠른 반면에 중력과 무게의 싸움인 산악지형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입니다. 40km 코스의 타임트라이얼에서 같은 조건에서 무게가 1kg 줄어든다면 기록은 평지지형에서는 6초, 5%의 경사도에서는 55초가 줄어든다고 합니다. (출처 : http://cyclingtips.com.au/2011/11/the-pursuit-of-leanness/)

그렇지만 일부 스프린터들은 경사가 있지만 짧은 구간을 순간적으로 극복하는 능력이 뛰어나기도 합니다. 스프린터라고 불리는 피터 사간(Peter Sagan)도 이런 능력이 뛰어나죠.(이는 스트린터의 능력이라기 보다 그의 개인적인 능력이가고 불 수도 있지만) 이런 타입들을 부르는 Puncheur라는 용어도 있습니다.

스프린터, 그들은 가장 빠르고, 가장 폭발적이고, 가장 화려한 도로 위의 미치광이들입니다.(좀 과격하지만 더 나은 표현이 없군요.ㅎ)

산악의 제왕, 클라이머(Climber)

업힐, 이 한 단어만 들어도 진저리가 나는 분들이 많겠죠. 하지만 어떤 어떤 사이클리스트들은 이 업힐을 자신의 승부수, 사이클링의 진정한 의미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들이 바로 클라이머(Climber)입니다.

Shleck 형제, 안디 쉴렉(좌)은 형인 프랭크 쉴렉을 따라 사이클리스트가 되었다.

Shleck 형제, 안디 쉴렉(좌)은 형인 프랭크 쉴렉(우)을 따라 사이클리스트가 되었다.
다운힐 따위는 무섭지 않지만 동생인 안디가 넘어질까봐 너무 두렵다는 형, 프랭크
그리고 형과 함께가 아니면 팀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동생, 안디

나이로 퀀타나(Nairo Quintana), 가난한 어린시절, 학교를 가기위해 어머니가 사준 30달러짜리 자전거로 매일 콤롬비아의 안데스 산맥을 넘었던 그는 2013년 뚜르드 프랑스 산악왕이 되었다,

나이로 퀀타나(Nairo Quintana), 가난한 어린시절, 학교를 가기위해 어머니가 사준 30달러짜리 자전거로 매일 콤롬비아의 안데스 산맥을 넘었던 그는 2013년 뚜르드 프랑스 산악왕이 되었다.

알베르토 콘타도르(Alberto Contador) 뚜르드 프랑스 포함 3대 로드사이클 대회 석권 독특한 댄싱폼은 그의 트레이드마크

알베르토 콘타도르(Alberto Contador)
뚜르드 프랑스 포함 3대 로드사이클 대회 석권, 독특한 댄싱폼은 그의 트레이드마크
ITT도 잘해서 따지자면 올라운더쪽으로 볼 수 있지만 워낙 업힐을 잘한다.

업힐에서 중력의 극복을 위해 거의 모든 클라이머들은 체중이 적은 편입니다. 로드사이클 대회에서는 정말 끔찍하다는 것외에 달리 표현이 어려운 산악스테이지를 달리게 됩니다. 그들은 이런 업힐들을 빠르게 올라갈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을 떨구기 위해 앞으로 치고 나가는 어택까지 하는 것을 보면 경이로울 정도죠. 오르막에 들어서면 클라이머들은 자신의 지구력을 모든 것을 걸고 승부를 하기 때문에 스프린터의 승부와 달리 간발의 차로 결정되는 것이 드뭅니다. 오직 승자만이 정상에서 고개를 들 수 있고 나머지는 고개를 숙이고 산소를 갈구할 뿐이죠.

클라이머, 그들은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비명을 지를 때 비로서 승리를 확신하고 미소짓는 사이코들입니다.(과격한 표현 죄송^^;)

클라이머? 스프린터?

어떤 부분에 강점이 있는지 알아두는 것도 전략을 위해 좋겠죠. 사이클리스트 프랭크 쉴렉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자신에게 약한 스테이지라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냥 쭉 나쁜날만 있을 뿐이라고요. 그의 말처럼 자신의 승부처를 알게 되었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은 모든 스테이지, 모든 상황이라고 되야한다고 느껴집니다.

날씨가 추워졌지만 아직 라이딩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더군요. 항상 안전한 라이딩되시고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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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대한민국에서 자전거 올림픽 금메달과 세계 최대 로드대회인 'Tour de France'에 한국팀이 달리길 희망하며 그 시간을 한 시간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매일 노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