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책|로드 바이크의 과학(The science of Road bikes)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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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바이크의 과학(The science of Road bikes)
후지이 노리아키 지음
손은환, 강지훈 옮김
김성주 감수
ISBN 978-89-961618-3-7

“로드 바이크의 과학”은 밤마다 마치 성격책처럼 머리맡에 두고 읽을 정도로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하는 책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으로 3번이나 읽고 주요부분은 몇번을 읽었는지 잊을 정도로 반복해서 보는 책. 물론 모든 내용을 공감하기는 힘들지만 ‘내일은 이렇게 타봐야지, 이런 걸 시도해봐야지’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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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인 저자가 자전거에 자신의 공학적 지식을 접목하면서 숫자와 도표가 많이 나오긴 하지만 이런 점이 어렵다기 보다 이해를 더 빠르게 해줍니다. 보통 도표와 숫자가 나오는 책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이유는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저자는 자세한 설명과 함께 좀 더 쉽게 풀어쓰려고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5장 한정된 에너지와 파워를 사용하는 법’은 간과하기 쉬운 에너지 공급과 사용에 대해 깊히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장거리 라이딩에서는 에너지 관리 실패로 겪었던 저자의 사례를 보며, 예전에 저 역시 장거리라이딩에서 적절하지 못한 수분과 칼로리 관리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지난 기억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조금 전문적인 내용 말고도 초보자들이 알아야할 라이딩에 대한 내용과 제동, 코너링, 피팅, 페달링 등 기본적인 사항을 꼼꼼히 설명해 주었고 ‘6장 성숙한 자전거 라이딩’에서는 자전거를 타면서 겪을 수 있는 사고와 그것을 대비하기 위한 보험에 대한 내용도 설명해 정말 라이더를 성숙(?)시켜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ㅎ

요즘 자전거계에서 가장 핫한 책이라고 할 수 있는 ‘자전거 과학’과 가볍게 비교했을 때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점은 자전거나 장비보다 인간능력에 초점을 더 두었다는 것입니다. 두 책 모두 훌륭하지만 ‘로드 바이크의 과학’은 어떻게 하면 인간이 더 자전거를 잘 다룰 수 있는지를 더 신경썼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장비에 관심이 높은 독자에게는 다소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요. ‘자전거 과학’에는 장비에 대한 내용이 더 자세하게 나와있으므로 상호보완해서 본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오르막에서는 개처럼 오르고 내리막에서는 좀비처럼 회복하고 평지에서 수행승이 돼라”

L'Alpe d'Huez(알프 듀에즈)

L’Alpe d’Huez(알프 듀에즈)

인체는 라이딩 중에도 회복을 하기 때문에 내리막에서 회복할 것을 계산해서 되도록 오르막은 힘 껏 오르는 것이 파워와 에너지면에서 좋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라이딩 중 오르막이 나오면 힘을 다하기 보다 적당히 힘을 비축해 두려고 했었는데요.(오르막에 약하기도 하죠…) 하지만 정말 오르막마다 힘을 다하다 보니 여러모로 이점이 많았습니다. 회복되지 않고 퍼질 것 같았던 다리도 에너지 공급만 적절하다면 의외로 빨리 회복되서 체력면에서는 천천히 오르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았지만 평속은 훨씬 좋아졌죠.

 

그리고 이 책은 제게 사연이 있는 책입니다.

어느 밤, 이 책의 오르막 부분을 읽다가 프랭크 쉘렉 선수가 영화, The Road uphill에서 했던 인터뷰가 생각났습니다.

프랭크 쉘렉 – “뚜르드 프랑스는 롤러코스트같지요. 좋은 날과 나쁜날을 왔다갔다 하고요. 그렇다고 자기가 약한 스테이지에서 최선을 다 하지 않는다면, 그냥 쭉 나쁜 날만 있을 뿐이에요.”

Frank Schleck after climbing in a scene of the movie, The Road Up-hill.

Frank Schleck after climbing in a scene of the movie, The Road Up-hill.

그리고 얼마 전 봐두었던 유르겐 반 덴 브룩 선수의 이야기도 떠올랐죠.

로또-벨리솔의 유르겐 반 덴 브룩(Jurgen Van Den Broeck) 선수의 자전거에는 이런 문구가 각인되어 있다고 합니다.

“Being defeated is often a temporary condition. Giving up is what makes it permanent.”
패한다는건 종종 일시적인 상태일 뿐이지만, 포기는 패배를 영구적인 것으로 만든다.

갑자기 전 책을 덮고 바로 자전거를 타러 나갔습니다. 그리고 올라가기만 했습니다. 어느 달동네 같은 곳까지 올라가서야 더 올라갈 곳이 없더군요.  비록 제가 프랭크 선수처럼 뚜르드 프랑스같은 큰 무대에서 달리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작은 곳, 작은 오르막이라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저는 쭉 그곳에 머무를 뿐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자전거가 아니더라도 다른 모든 것도요. 그날부터 오르막을 싫어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오르막은 어렵고 힘들지만 일시적인 상태일 뿐이죠. 전 아직 포기하지 않았으니까요.

자전거를 계속 탈수록 제에게는 책의 내용이 더 깊이 다가왔습니다. 자전거 생활을 하면서 주기적으로 읽다보면 그때마다 새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자신에게 약한 부분을 극복해가는 자전거 생활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겨울이 된 것이 함정 ㅠㅡㅠ)

 

_참고

유르겐 반 덴 브룩의 자전거의 각인된 문구는 아이큐 천재 Marilyn vos Savant의 말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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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uthor

대한민국에서 자전거 올림픽 금메달과 세계 최대 로드대회인 'Tour de France'에 한국팀이 달리길 희망하며 그 시간을 한 시간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매일 노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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