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피팅의 허와 실, 지오메트리에 대해(Geome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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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로라는 자세훈련에 많이 사용된다. – 출처 : Team F1, 윈드 스프린트

평로라는 자세훈련에 많이 사용된다. – 출처 : Team F1, 윈드 스프린트

피팅이라는 주제를 생각했을 때, 조금 걱정이 됐다.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자전거의 역사만큼, 그리고 자전거의 종류만큼 수많은 피팅기법이 있다. 그리고 또 그 피팅의 바탕이 되는, 자전거 치수에 해당하는, 지오메트리도 다양하다. 아마 독자들도 한번쯤 또는 지금도 피팅때문에 고생하고 있을지 모른다.

본 글이 독자들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길 바라며 시작해 본다. 먼저 오늘 다룰 내용은 어떤 피팅이 좋다. 어떤 지오메트리가 좋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방법이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아직 그런 방법은 없다. 피팅을 특히 중요하게 다루는 분야는 로드사이클이다. 타 종목에 비해 장시간 라이딩을 하는 편이기 때문에 피팅이 제대로 안됐을 경우 부상으로 이어지기도 쉽다. 로드사이클은 일반적으로 시간당 5,400번의 페달링을 해야하고 1mm의 안장높이 차이로도 주행이 달라질 수 있다.

자전거의 사이즈 표기는 브랜드마다 기준이 다르다.

자전거의 사이즈 표기는 브랜드마다 기준이 다르다.

자전거 사이즈 고르기

피팅의 시작은 자신에게 적합한 자전거를 고르는 것부터 시작된다. 특히 자전거를 구입하기 전이라면 자전거 컨셉과 사이즈를 신중히 고르는 것이 좋다. 옷과 마찬가지로 자전거도 각 브랜드마다 사이즈 기준이 다르며, 자전거 주행 컨셉에 따라 자전거 치수정보를 나타내는 지오메트리가 다르다.

Geometry-Diagram

예전에는 사이즈에 대한 개념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잘못된 사이즈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컴포넌츠를 조정해서 어느정도 맞추는 것은 가능하지만 사이즈가 안 맞는 자전거는 본격적인 주행이 어렵다. 한번에 모든 것을 다루긴 어렵고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실수를 이야기해보자면 사이즈를 볼 때 탑튜브만 보는 것이다. 탑튜브 길이는 사이즈에 기준이 될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오류를 갖고 있다. 시트튜브와 헤드튜브각 등에 따라 실제 라이더가 느끼는 탑튜브의 길이는 상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되도록 이런 문제를 보완한 리치(Reach)와 스텍(Stack)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자전거의 용도에 따른 컨셉

사이즈만 맞추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자전거의 설계 컨셉이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로드사이클은 경쟁레이스를 위해 만들어진 컴페티션 모델과 장거리 라이딩을 위해 설계된 앤듀런스 모델이 있다. 컴페티션 모델은 속도를 다투기 위해 만들어진 태생이 있기 때문에 라이더의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헤드튜브를 짧게 설계해서 몸이 앞으로 숙여지는 전경자세를 취하기 용이하다. 반면에 앤듀런스 모델은 장거리라이딩에 라이더가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헤드튜브를 길게 설계해 상체를 세워 편안한 자세를 만든다. 이 부분은 헤드부분에 스페이서를 조정해서 어느정도 맞출 수는 있지만 그 한계는 분명하다. 때문에 자신의 주행 스타일에 맞는 자전거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클릿을 조정하고 있다.

클릿을 조정하고 있다.

피팅의 시작은!?

피팅의 시작은 무엇일까. 바로 자기 자신을 관찰하는 것이다. 피팅은 한 가지 왕도가 없다. 보편적인 기준은 있지만 각 라이더마다 다르고 목적에 따라 다르다. 평속 20km/h 내외로 출퇴근만 하는 자출라이더에게 공격적인 포지션은 주행 스트레스를 높일 뿐이다. 반대로 단 몇 백미터에서 최고속을 겨뤄야하는 스프린터의 포지션은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이 어떤 주행을 해야하는 라이더인지 정확히 분석해보는 것은 수 차례의 피팅보다 효과적이다.

자전거 피팅은 가변적

자전거 피팅은 계절, 날씨, 몸의 컨디션, 동료들의 라이딩 스타일, 그날의 코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겨울동안 상대적으로 유연성이 떨어지면 스템을 줄이거나 스페이서로 핸들을 높이는 조정을 했다가 날씨가 따뜻한 여름에 다시 스템 길이를 늘리고 핸들 높이는 낮추기도 한다. 즉 적절한 피팅을 했더라도 상황에 따라 조정이 필요하다. 많은 피팅샵들을 지속적인 AS를 해주기 때문에 이 점을 잘 활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매번 모든 피팅을 피팅샵을 통해서만 하기는 힘들다. 때문에 기본적인 피팅이 완료되면 라이더는 스스로 자신의 포지션을 파악해야 한다.

pedalstroke_large

피팅은 주동근을 세팅하는 것

피팅은 몸에 상대적으로 무리가 적은 효율적인 포지션을 찾는 활동이다. 이것은 자세에 따라 변하는 각 근육의 사용량을 조정해주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운동에서 주로 사용되는 근육을 주동근이라고 한다. 피팅으로 포지션이 변화하면 같은 페달링이라고 하더라도 주동근도 전환된다. 크고 강한 근육을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은 당연하다. 잘못된 포지션으로 상대적으로 작고 약한 근육을 주동근으로 쓰고 있었다면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은 것이다. 피팅이 안 맞아서 다치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이다. 우리의 몸은 위대하기 때문에 당장 피팅이 적절하지 않더라도 온갖 방법을 사용해서 운동을 이루어낸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잘못된 근육의 사용은 부상을 초래하기 쉽고 무엇보다도 운동능력의 한계도 있다.

숙련된 라이더는 자신만의 포지션이 있다. – 출처 : Team F1, RakStudio.co.kr

숙련된 라이더는 자신만의 포지션이 있다. – 출처 : Team F1, RakStudio.co.kr

나만의 포지션

일반적으로 숙련된 라이더는 자신만의 포지션이 있다. 이것은 피팅해서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라이더가 지금까지 라이딩하면서 주로 쓰던 포지션, 즉 각 동작별 주동근을 감각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숙련된 라이더들이 호기심에 피팅을 받지만 결국 평소 타던 포지션으로 돌아가는 것은 이런 이유도 있다. 물론 잘못된 버릇이 있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금까지 덜 쓰던 주동근을 키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평소 쓰던 근육의 비율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의 운동능력 하락은 피할 수 없다. 이처럼 피팅은 만능이 아니다. 적절한 피팅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필드로 나가보면 더 달리기 불편할 수도 있다.

스타일이 없는 라이더

동호인들 중 상당수는 자신만의 스타일(포지션)을 찾기 전에 자전거 기변이나 컴포넌츠 교체가 빈번하다. 각 자전거는 고유한 지오메트리가 있고 컴포넌츠들은 포지션에 영향을 준다. 심한 경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지금까지 키운 주동근들의 운동이 변화한다. 조금 과장해서 무게 몇 그램 줄이려다 지금까지 훈련한 것을 날리는 것이다. 운동기량뿐만 아니라 이런 주동근 변화는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새 자전거, 새 컴포넌츠로 교체하고 장비효과가 궁금하다. 그래서 익숙해지기도 전에 기록을 내려고 라이딩을 하다 보면 라이더는 지금까지 기억에 따라 평소 운동강도로 라이딩을 할 것이다. 포지션 변화에 아직 몸이 적응하지 못한 상태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의 몸은 위대하기 때문에 아마 당장은 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그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자전거 피팅과 지오메트리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이슈들을 간단하게 알아봤다. 많은 내용을 다룰 수는 없었지만 독자들의 건강한 자전거 생활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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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자전거 올림픽 금메달과 세계 최대 로드대회인 'Tour de France'에 한국팀이 달리길 희망하며 그 시간을 한 시간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매일 노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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