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스 인 유럽 – 1. 서막(프랑스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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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Sprint In Europe

윈스 인 유럽은 대한민국 자덕들의 유럽 사이클링 도전기입니다. 최고의 클레식 사이클링 이벤트로 알려진 프랑스 파리루베 챌린지에 참가하고, 보름동안 프랑스 서북부 해안마을 옹플뢰르, 뚜르드 프랑스의 알프 듀에즈, 콜 더 마들린, 몽방뚜, 지로 이탈리아의 스텔비오 등을 여행했던 도전 공유 프로젝트입니다. 자신을 한정하지 않는 윈스의 이념의 따라 도전했고 힘들고 어려웠지만 앞으로 향하고자 했던 우리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파리 샹젤리제의 개선문

파리 샹젤리제의 개선문

윈스 인 유럽 – 서막(프랑스 파리)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늦은 시간까지 짐을 챙기는 편이다. 정오가 넘어서야 어느정도 끝이 보였다. 하지만 안심도 잠시. 깜박한 물건들이 쏟아져 나와서 다시 가방을 열어야 했다. 일단 여행을 떠나면 무엇을 잊었다고 다시 집에 돌아올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준비에 매달리지만 대부분의 물건들은 여행의 무게만 늘릴 뿐이었다. 여행을 떠날 때 짐의 무게가 삶의 무게라는 말이 떠올랐다. 예전에는 가방 하나로 나서도 충분했는데 어느덧 나의 삶의 무게는 많이 늘었다. 가방을 다시 열고 물건을 정리하다보니 힘이 빠졌다. 잠시 멍하게 있다가 오히려 이미 챙겨둔 물건들을 많이 빼버렸다. 그래. 완벽한 준비란 존재하지 않고 준비에만 매달리는 것은 실행을 어렵게만 만들 뿐이다. 이렇게 종종 여행을 떠날 때면 이 교훈을 떠올리게 된다.

공항에서는 평온했다. 조금 더 어린 시절, 공항만 와도 좋았던 기억이 잠시 떠올랐다. 사람들의 설렘이 가득한 공항은 나에게 특별한 장소였다. 때로는 공항에 오기 위해 공항에 왔던 적도 있었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면 마치 내가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라 좋았다.

10시간이 넘는 항공편은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영화를 봤다. 이미 본 영화지만 마션을 골랐다.

화성판 로빈슨 크루소 영화 '마션'

화성판 로빈슨 크루소 영화 ‘마션’

이번 여행은 나에게 마션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유럽에 자전거를 타러 간 사람은 많았지만 대회를 뛰러간 사람은 드물었고 그 대회가 북쪽의 지옥이라는 별명의 파리루베라는 것은 전무한 일이었다. 파리루베 프로사이클링 전날에 같은 코블스톤 코스로 파리루베 챌린지가 열리는데 170km의 거리에 27개의 코블 색터로 이루어진 대회이다. 세계 곳곳에서 지옥을 설파하고 있는 스코다 챌린지 중 하나이다. 해발 3270m의 타이루거 업힐을 오르는 타이완 KOM도 스코다 챌린지 시리즈였다. 재작년, 타이완 KOM은 나에게 자전거를 멀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파리루베 챌린지는 어떤 경험일지 기대가 된다.

이런 코블스톤 색터가 27개

이런 코블스톤 색터가 27개

뿐만 아니라 이번 프로젝트는 유럽을 여행하는 보름동안 2박 3일마다 새로운 장소로 이동하고 6명의 멤버와 함께 여러가지 테마를 경험해야 한다. 차량 2대를 운행해서 프랑스 전역을 다니고 투입된 비용과 노력도 대단했다. 이번 여행에 동조한 팀원들은 에프원 팀원 중에서도 윈스부터 함께해 온 4명과 중학교 때부터 친구인 준성이도 함께 했다.

맨 왼쪽부터 왕기, 예주, 나(양락), 동웅, 은영, 그리고 앉있는 사람은 내 오랜 친구 준성이다.

맨 왼쪽부터 왕기, 예주, 나(양락), 동웅, 은영, 그리고 앉있는 사람은 내 오랜 친구 준성

한 달 전, 준성이가 3개월간 유럽을 여행하기로 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일종의 콜링(소명)을 들었다.

“지금이다!”

2년 전, 두현이가 타이완 KOM에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 바로 결정했다. 인생은 때때로 나에게 싸인을 보내는데 이번도 그 중 하나였다. 그 싸인을 무시하면 후회라는 대가가 따른다. 25살 쯤 지났을 때, 내 인생은 참 간단해졌다. 인생이 보내는 싸인을 놓치지 않고 또한 이런 싸인이 왔을 때, 실행할 수 있는 준비를 할 것. 이것이 바로 나의 삶의 방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2014년 두현이와 타이완 KOM

2014년 두현이와 타이완 KOM

영화도 보고 한숨 잠도 잤지만 비행은 끝날 기미가 안보였다. 옆자리에는 예주가 앉아있었다. 긴 비행시간동안 예주와 많은 이야기를 했었다. 옛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 자전거 경력이 고작 3~4년밖에 안된다는 것을 새삼 알았다. 2013년 8월, 대관령 힐클라임은 나의 첫 자전거 대회였다. 사촌형인 경호형과 자전거를 시작했고, 형 그리고 함께 자전거를 탔던 강부장님이 아버지를 설득해 졸업선물로 받은 보드만 로드사이클이 지금도 내가 타고 있는 첫 로드자전거이다.

2013년 대관령 힐클라임에서 동현이형과

800미터급의 대관령을 오르는 자전거 대회가 나의 첫 자전거 도전이었다. 그 후, 도전동호회 윈드 스프린트를 만들고, 팀 에프원을 만들고, 팀원들과 함께 타국의 대회들을 나가며 지금은 파리로 가는 항공편에 앉아 있다. 지나간 3년이 뭐랄까… 왠지 어이가 없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웃음도 났다. 예전에 긴장하고 걱정했던 모든 일들이 결국 그냥 하면 되는 것들이었다. 시작이 반이라는 것에 대한 의미를 그제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파리에 도착했다. 샤를 드 골 공항에서 내려 리스한 차량을 픽업했다. 시트로렝의 C4 그랜드피카소라는 7인승 RV차량이었는데 수동과 자동 각 1대씩 리스를 했다. 여행기간이 긴 편이면 랜트보다 리스가 저렴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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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반부의 쌍둥이 차량과 예주

차량 1대에 뒷 좌석을 접고 자전거 앞, 뒤바퀴만 빼면 자전거 7대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우리는 자전거 5대로 공간은 충분할 것 같았지만 문제는 자전거 캐리어였다. 거기에 개인짐들까지 있으니 7인승 차량 두대의 자리가 단 6명이 타는데 자리가 부족할 뻔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적재때문에 고생했지만 곧 왕기와 동웅이가 적재전문가가 됐다. 자전거 캐리어는 접어서 묶고 접을 수 없는 캐리어는 안에 짐을 채워 최대한 공간활용을 했다. 총 6번의 숙소이동을 했는데 왕기와 동웅이는 이 과정을 매번 반복했다.

자전거 조립 중인 은영이

자전거 조립 중인 은영이

자전거는 다행이 파손없이 프랑스에 입국했다. 프랑스 도착 다음 날은 새벽부터 샹젤리제 라이딩을 해야하기 때문에 첫날밤은 자전거 세팅을 하며 준비했다.

식사 준비 중인 은영이와 예주

식사 준비 중인 은영이와 예주

찬란한 첫날 저녁식사!

찬란한 첫날 저녁식사!

첫 저녁식사는 은영이와 예주가 실력을 발휘했다. 이후 여행기간동안 우리는 이런 정식적인 식사를 매일했다. 매일매일 아침, 저녁으로 은영이와 예주는 굉장한 상차림을 직접 준비했다. 숙소에 들어가는 길에 마트에 들려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함께 모여서 식사를 하는 것은 우리의 일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문득 여행을 떠나기 전, 사전모임에서 팀원들의 임무분담을 했던 것이 생각이 났다.

왕기의 운전거리는 5000km에 육박했다.

유럽에서 왕기의 운전거리는 5000km에 육박했다.

왕기는 차량 및 장비관리, 동웅이는 라이딩간 안전관리, 은영이와 예주는 온라인 활동 및 지원, 준성이는 영상 촬영을 맡았었다. 역할 분담을 하는 것과 실제로 그 역할을 실행해 나간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각자의 사비와 시간을 들여 온 여행에서 팀원들은 책임감을 갖고 자신의 역할을 해나갔다.

하지만 난 그렇지 못했다. 나의 역할은 리더였다. 하지만 스스로 리더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너무 권위주의적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런 나의 안일한 생각이 어떤 결과를 부를지 알지 못한 채…

실없이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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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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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자전거 올림픽 금메달과 세계 최대 로드대회인 'Tour de France'에 한국팀이 달리길 희망하며 그 시간을 한 시간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매일 노력함.

댓글 2 개

  1. 오빠가 계셨기에 함께 해낼 수 있는 여행이였어요 ㅎㅎㅎㅎ
    부족한 동생들 챙겨주시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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